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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문학상 줄 테니까, 저작권을 달라고? 이상 문학상 발표 보류된 이유

2020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김금희(왼), 최은영(오) 작가

이상문학상이란? 문학사상사가 1977년 매년 소설 작품에 주는 상이다. 우리나라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매년 1월 수상작을 엮어 작품집을 발간. 이상은 1930년대 천재 시인이자 소설가다. 27살의 젊은 나이에 폐병으로 숨진 그는 천재로 불린다. 시대를 앞서간 그의 문학성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상문학상' 

이번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한 소설가들이 지지를 얻고 있다. 이상문학상과 저작권 양도 문제는 원데이투데이 논란이 아니라고 한다. 1987년 이문열 소설가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는데, 당시 해당 조항을 보고 상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문학상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의 했다고 밝혔다. 

상 줄 테니까, 저작권을 달라고?

이상문학상에서 문제가 된 건 수상자들이 상을 받을 때 동의해야 하는 '저작권 양도 조항'이다. 작가는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작가가 개인 책을 낼 때도 해당 작품을 책 제목으로 쓰거나 대표 작품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사실..(미친) 한마디로 명예를 줄테니 권리를 포기하고 달라 라는 것. 문학사상사 입장에서는 수상작품집 판매를 독점하여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창작물에 족쇄를 채우는 꼴이다. 올해 우수상을 받을 예정이었던 김금희 작가 등 3명의 소설가는 이를 지적한 것. "작가의 권리를 빼앗으며 주는 건 상이 아니다!" 

논란이 되자 문학사상사 측은 관련 규정을 삭제하겠다고 함. 

2000년에는 관련 단체가 문학사상사를 상대로 작가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고, 이번에는 수상 예정자들이 상을 거부하고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이때까지 작가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게 아니냐는 입장에 사람들의 힘이 실리고 있는중. 

옛날에는 베스트셀러를 소개해주는 서점, 인터넷이 없어서 문학상이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 중 하나였고, 이 상으로 작가도 작품도 유명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면 요즘에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e북이나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태로 책이 판매되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도 더 복잡해지고,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문제는 변화하는 출판 흐름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조항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음... 

수상자들의 상 거부로 이번 이상문학상 시상은 무기한 연기 되었고, 당분간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한다.